한신타이거즈가 일본 경제를 살린다
도대체 한신이 뭐길래?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박철현 기자
▲ 한신 타이거즈 로고 마크
ⓒ2003 한신 타이거즈
2003년 7월 8일. 일본 프로야구에 또 다시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다. 물론 기록은 언젠가 깨어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의 기록은 꽤나 오래 갈 것 같다. 선수기록이 아니라 팀 자체의 기록이기 때문에 더욱 더 이런 확신을 가지게 한다.
그 문제의 기록은 바로 한신 타이거즈(이하 '한신')에 의해 세워진 센트럴 리그 역사상 최초의 최단 시간 매직넘버(다른 팀의 성적 여부에 상관없이 남겨진 게임에서 주어진 승리만 달성한다면 우승할 수 있는 절대수) 달성이다.
매직넘버 49.
매직넘버라고 하기엔 너무 큰 수가 아니냐, 또 한신팬들의 과장법 아니냐고 의문을 표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공식적인 매직넘버 집계방식에 의해 이 매직넘버는 일본 프로야구 연맹에 의해 인정되었다. 2위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게임차가 무려 15게임이며, 한신은 지금도 7연승으로 펄펄 날고 있다.
영원한 주니치 맨으로 남을 것만 같았던 호시노 감독 영입 2년째의 결실이다. 그의 불같은 성격은 한국팬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종범, 이상훈, 선동렬 선수가 활약했던 주니치 드래곤즈의 시합 화면에서 종종 비친 그의 다혈질 성격은 패배주의에 절어 있던 한신의 선수들을 개조시켰다.
1년간 지켜본 한신 선수들의 패배주의.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호시노 감독은 선수들간의 경쟁을 부추겼다. 대표적인 예가 에이스이면서도 정신적으로 투쟁의식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던 이가와(井川)의 투쟁심과 라이벌 의식을 자극하기 위해 텍사스 레인저스의 이라부(伊良部)를 역수입한 것이다.
그 외에도 대표적인 노장 선수인 카타오카(片岡) 선수에게는 팀리더로서의 희생정신을, 근 몇 년간 팀이 침체에 빠져 있을 무렵에도 항상 타격 10걸 안에 들었던 한신 최고의 타자, 그러나 오히려 그것때문에 더 이상 발전하려고 하지 않는 이마오카(今岡)에게는 신인선수의 기분으로 싸우고, 훈련하라고, 타석에 임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어제 공식적으로 점화된 매직넘버 49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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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시장의 척도인 닛케이 지수가 2003년 7월 8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10000 선을 돌파했다. 근 1년을 기다려온 염원이 이루어졌다고 저녁 뉴스 프로그램들은 특보로 이를 다루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일본 관료들과 매스컴의 반응이 재미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고이즈미 내각의 경제 개혁의 성과와 외국인 투자 매수등을 이야기하지만, 결정적으로 한마디씩을 집어 넣는다.
고이즈미 총리 대신은 물론이고, 일본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국립일본은행 총재과 타케나카 재정경제부 장관, 우시오 경제재정위원회 위원장등의 입에서는 이런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역시 한신 타이거즈의 공이지요.\"
아사히 뉴스스테이션의 특집인 <한신 타이거즈, 드디어 매직넘버 점등!>의 기획코너에서 다루어진, 어렸을 때부터 한신의 팬이었다는 타케나카 씨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경제의 바람은 언제나 관서로부터 불어왔다. 관서인들의 소비가 촉진되고, 경기가 원활해지면 그 바람은 관동(동경지방)으로 넘어온다. 관서인들의 그 열렬한 성격이 소비로 이어질 때, 일본 경제는 다시 중흥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본다. 그 중심에 바로 한신 타이거즈가 있다.\"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한신이 뭐길래? 어떻게 일개 프로야구 구단이 일본 경제를 좌지우지한단 말인가? 라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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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부를 때 보통 1토 1도 2부 43현이라고 하지만, 보통은 관동과 관서 지방으로 나누어 부른다. 관서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 동경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얼터너티브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 오오사카이다.
일본 내에서 재일교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살고 있는 오오사카 사람들의 특징은 동경사람의 깍쟁이 같은 이미지와 많이 틀리다. 인정이 넘치고, 시끄럽고, 활기차고, 열렬한 성격. 그것이 바로 오오사카를 포함하는, 흔히들 칸사이진(관서인)이라 부르는 그들의 실체이다.
그 관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팀이 바로 한신 타이거즈이다. 오오사카를 거점으로 둔 야구팀은 센트럴 리그의 한신말고도 퍼시픽 리그의 강호 오오사카 킨테츠 버팔로우스가 있지만, 당당히 센트럴 리그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맞서는 한신의 팬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그 한신의 과거 수년간의 성적이 그야말로 일본 경제와 맥을 같이 한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처참하다. 마지막 우승의 해였던 1985년 이후 18년간 센트럴 리그의 하위권에 처져 있던 한신. 2002년 호시노 감독이 부임하고 4위를 했지만, 그 이전에는 4년 연속으로 꼴찌를 차지했다.
한신의 본거지인 고시엔 구장은 몇몇 열렬 한신팬들을 제외하고는 텅텅 비게 되고 롯코오로시(六甲おろし)의 응원가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게 된다.
열렬한 소비자들이 거리로 나와서 맥주집에서 술마시며 한신을 응원하고, 고시엔 구장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타고, 야구를 본 이후에 다시 한신의 상품들을 사고 그렇게 소비가 촉진되어야만, 공급자들 역시 한신을 이용해서 세일도 하고 그래야 된다. 한신을 중심으로 한 소비문화도시 관서, 오오사카의 경제사이클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간 매개체인 한신이 무려 18년간 침체의 나락에 빠져 있다가 올해 부활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열풍은 지금 관서의 경제를 살리고 있다.
관서인들의 최대 화제는 한신이며, 남은 한신 경기의 티켓은 전량 판매되었고, 오오사카뿐 아니라 효고켄에서는 벌써 우승 기념 세일이 시작되고 있다.
호시노 감독을 모델로 한 와인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고, 오오사가 중심부에 위치한 술집들은 1년 전에 비해 3배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한신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거의 모두들 텔레비전을 고정시킨다. 광고수익은 텔레비전 방송국을 먹여 살리고, 톡톡히 광고효과를 누린 기업은 다시 제품을 생산하여 그들에게 판매한다.
이것은 관서지방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관서지방과 가장 떨어진 홋카이도의 어느 주류 회사는 호시노(星野) 감독의 발음을 따서 <호시노슈(星の酒)>라는 술을 내놓았는데, 나오는 즉시 전량 매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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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일본 경제를 책임진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일본 경제를 책임진 전후 시대와 70년대의 ON포의 시절에도 한신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그 막대한 자금력에 밀리지 않고 라이벌로서의 전통을 지켜 왔다.
그리고 약 20년간의 숨죽임 끝에 한신이 부활하려 하고 있다. 그 부활에 발맞추어 지난 13년간 경제실질성장률 0% 대의 불황에서 허덕이던 일본 경제도 살아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과연 얼마나 갈지,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것인지 모르겠지만, 미즈호 경제 연구소의 타카나(高菜) 씨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2003년 한신 타이거즈의 가치는 측정 불가능이다. 혹자는 3000억엔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하지만, 관서인들에게 그러한 수치는 의미가 없다. 그들은 지금 한신 타이거즈를 통해 자신들을 돌아보고 있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며 마케팅의 개념마저 불분명한 한국 프로 스포츠 구단이 문득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한국 프로구단들이 진정으로 시민과 함께 하고, 그 시민의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구단으로 자리잡을 시기가 도래해 보길 기대한다.
참고로, 한신 타이거즈의 모기업인 한신철도와 한신백화점은 올해 6년간 정체되어 있던 500엔대의 주식이 1000엔대로 2배이상 뛰었습니다.
2003/07/09 오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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